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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에이트-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_이지성 지음

 

   에이트의 작가 이지성은 책의 첫머리에서 '지금 우리는 '불타는 갑판'위에 서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배가 불에 타서 침몰하고 있는데 어떤 이는 어쩔 줄 모르고 우왕좌왕하고, 어떤 이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멍하니 서 있다고.....그리고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 묻는다. 세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모른 채 가만히 있다가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할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억혁명이라는 바다로 뛰어들 것인지....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배신감'이었다. 

   하버드.스탠퍼드.예일 같은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자신들을 최고로 만들어 준 비결인 '강의'를 인터넷에 공개한 진짜 속내. 교육의 민주화를 꿈꾼다라고 아름다운 이유를  말했지만 사실 강의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라는 것. 강의 위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인공지능 시대에 1순위로 인공지능에게 대체되거나 지배되기 때문에...

   우리 손에 스마트한 기기를 쥐어 주며 우리를 스마트한 세상의 일원으로 만들어준 실리콘밸리. 그 실리콘밸리가 그들의 자녀들을 위해 만든 유명 사립학교 '페닌슐라'에는 IT기기가 단 한대도 없다는 사실. 심지어 학생들은 인터넷 사용법도 잘 모른다는 것. 실리콘밸리의 베이비시터들은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스마트폰을 절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쓴다는 얘기는 들은 바 있어도 학교에서도 디지털을 차단하는 줄 몰랐다. 

   실리콘밸리의 상위 1%가 2008년에 구글과 NASA의 자금 지원을 받아 만든 싱귤래리티대학교. 10억 명의 인류에게 영향을 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이 설립 목적이라는데..  사실은 인공지능 시대의 지배자를 만드는 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 이 대학의 설립자들이 말하는 singularity, 즉 특이점은 '인류의 모든 지능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이 출현하는 때'다. 그리고 그 특이점을 2045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싱귤래리티대학교는 2045년에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것을 전제로 세워졌다. 

   201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유기윤 교수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90년의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부분의 직업을 대체한 결과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트가 된다고 한다.

   프레카리아트란 '불안정한'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프레카리오와 노동 계급을 뜻하는 독일어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로 꿈과 열정이 없고,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며, 평생 먹고사는 문제로 고통을 받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빈민이다. 

   세계로봇연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는 인간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는 531대다. 세계 평균이 69대니 얼마나 큰 숫자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비율 세계 1위 국가가 될 가능성이 심히 높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금이 2020년이니깐.... 2045년,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그 때에 나는 아마도 더이상 경제활동을 할 나이가 아닐테니....그리고 2090년에는 내가 이 세상 사람이 아닐테니... 머나먼 얘기다........... 그럴까? 

   한국인의 99.997%가 프레카리아크로 떨어지는 일은 2030년경부터 2070년경까지 급격하게 진행되고 2090년경에 완성된다고 보고서는 말한다. 그러니깐 앞으로 10년 뒤부터 사람들은 급격하게 일자리를 잃으며 인공지능에게 대체되기 시작된다는 것. 

   나와 내 자녀들이 미래에 빈민이 되지 않으려면....즉,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에서 말하는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핵심은 공감 능력창조적 상상력이다. 그리고 이 두 능력을 기르기 위한 방법으로 여덟가지(에이트)를 제시한다. 

   그 중 가장 처음에 제시된, 당장 실천이 가능한 방법 하나는 디지털을 차단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면,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노예다. 주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종속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인공지능 중에서도 가장 약한 지능을 탑재하고 있다고 한다. 언제든지 켜고 끌 수 있는 약하디 약한 인공지능에게 우리는 완전히 지배당하고 있다.

   디지털을 차단하자. 아날로그 문화를 추구하자. 인간다워지자. 책의 저자는 하루에 두세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독서하고 사색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사람들과 진심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미술관으로, 박물관으로, 때론 자연 속으로 가 내면의 인간을 발견하고 경험하고 나누라고 권한다. 이것이 공감 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만드는 시작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평균 독서량은 2015년 기준 세계 166위라고 한다. 그것도 '단순히 눈으로 읽는'정도의 독서. 

   나도 그렇다. 나름 서점과 도서관에 가끔 들르고 책을 자주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그냥 눈으로만 읽는다. 사색하고, 성찰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갖지 않는다. 책의 내용을 공책에 정리해 보기도 하고, 온라인에 책의 서평을 써 보기도 했지만 한두번의 시도로 끝나고 말았다.... 더 늦기 전에 다시 시작해 봐야겠다.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해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책을 읽고 작가가 제시하는 에이트를 모두 실천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