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벌써 반을 지나고 12월을 향해 내리막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점검 차원에서 올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한번쯤 돌아보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동안 들여다 보지 않았던 2020년 다이어리를 펼쳐보니 연초에 계획했던 과제들 대부분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중간 점검을 해야하는데 시작조차 하지 않았으니 점검할 게 없다.
에잇, 코로나 바이러스 탓을 하자.
올해 상반기는 코로나로 인해 정말 시간이 증발된 느낌이다.
뉴욕 뉴저지의 락다운으로 인해 3월부터 내 시간을 온전히 아이들의 홈스쿨링과 육아에 할애하며 정신없이 보냈고 새로운 노멀에 적응을 할 때쯤 되니 벌써 반년이 지나 여름이 되었다. 자꾸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내 자신을 마주하다 보면 참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것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 내 몸이 너무 피곤하여 집중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에 볼만한 것들이 있는지 기웃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나서는 늘 후회를 한다.....
나같이 애꿎은 시간 탓만 하며 효율적인 시간관리법을 찾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
할 일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을…
뉴욕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계속 할 일을 미루는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시간 관리’가 아니라 ‘감정 관리’이다. 왜냐하면 내가 할 일을 미루는 진짜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Timothy Pychyl와 Fuschia Sirois에 의하면, 사람은 해야 할 과제나 일이 걱정과 불안, 복잡함, 지루함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때 그것들을 미룬다고 한다. 그리고 해야할 일을 미루게 되면 그 순간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좀 나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뒤쳐진 느낌이 더해져 부정적인 감정은 더욱 커진다고 한다. 그러니 더 미루게 되면서 계속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이 내용을 접하고 나서 올해 내가 계획한, 하지만 계속 미루다가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굵직한 과제들을 다시 보니 하나같이 모든 과제들이 부정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있었다. 타인과의 마찰로 인해 중단되었던 과제이거나 실패한 경험이 있는 과제와 비슷한 성격의 일, 혹은 자신감을 한없이 낮아지게 하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과제들을 주로 미루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할 일을 미룸으로써 그것으로 하여금 마주치게 될 그 감정들을 피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럼 감정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기사에서 제시하는 세 가지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자신에게 관대하기. 타인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으로 계획을 하고 일을 진행하는 것.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할 때 너무 자책하지 말고 ‘인간이니 그럴 수 있지’라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두번째는 내가 가장 생산적인 시간에 과제를 하는 것에 대한 사고의 전환. 보통 미루는 사람들이 밤 늦게 일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루다가 그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 시간에 할 일을 배정하는 것.
마지막은 과제를 생산적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사람은 어떤 과제를 혼자할 경우 더 미루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과제를 수행하라는 것이다.
음….일단 나의 경우, 과제의 특성상 협업은 어렵다. 그리고 난 아침형 인간이라 두번째 방법도 해당 사항이 없는 것 같고… 그래서 과제에 따라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Self-Compassion을 내 삶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 상황과 속도에 맞춰 가기. ‘안 되면 말지’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하기.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과 걱정으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느니 차라리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게 더 낫지 않는가.
2020년 다이어리를 다시 한번 펼쳐본다. 시작하지 못한 과제 리스트들이 조금 가볍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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