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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이야기

우리 가족의 첫 미국 코네티컷 캠핑

Cozy Hills Campground

올해 처음으로 가족 캠핑을 떠났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는 아들을 둘이나 두었는데 그동안 캠핑을 한번도 시도해 보지 못했었다.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었고, 간신히 맞춘 휴가 기간에는 준비가 많이 필요한 여행보다는 편하게 쉴 수 있는 여행을 택했기 때문이다.

3월부터 시작된 뉴욕,뉴저지 주의 락다운으로 몇 개월째 집에만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런 상황에서 맞이한 둘째 아들의 6번째 생일을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마음에 올해 캠핑을 결심했다. 

결심을 한 후 7월 초부터 캠핑 사이트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는데 거의 모든 캠핑장이 8월말까지 예약이 꽉찬 상태였고, 언젠간 꼭 가보리라는 마음으로 눈여겨 보았던 몇 군데의 캠핑장은 가을까지 예약이 끝난 상태였다.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사람들과의 접촉이 덜한 캠핑이 더 인기가 많아졌던 탓이었다. 운이 좋게도 간신히 아들 생일날에 맞춰 캠핑장에 있는 RV를 예약할 수 있었는데 미니멈 4박을 하는 조건이었다. 생전 처음가는 캠핑인데 4박이나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른 대안이 없으니 일단 저질렀다. 

 

캠핑 가기 전

캠핑에 필요한 준비물 리스트를 작성한 후 짐을 싸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여행과 가장 다른 점은 침구를 준비하는 것… 네 식구의 침대 커버와 이불, 베개, 수건 등을 챙기니 벌써 큰 사이즈의 여행용 가방이 꽉 찼다. 

그 다음 마실 물과 음식, 간식 및 식기구와 주방용품 등을 준비하였다. 예약한 RV에 기본적인 주방용품과 식기구가 있다는 걸 알았지만 공동으로 쓰는 물건에 대한 신뢰감이 낮아 집에서 쓰던 냄비와 프라이팬도 다 챙겨 갔다. (5성급 호텔에서 객실용 수건으로 변기 청소를 했다는 기사나 비치되어 있는 전기주전자에 양말을 삶는 투숙객이 있다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한 후 간단한 식기 및 수건은 내 것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이러다 보니 최대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메뉴로 준비했는데도 챙길 것들이 꽤 많았다. 모든 짐을 차 트렁크에 넣고 보니 작은 원룸 이사가는 정도의 짐과 맞먹을 정도… 

 

캠핑 첫째 날

우리가 간 곳은 뉴욕 코네티컷 주에 있는 ‘Cozy Hills Campground’였다. 캠핑장의 규모가 꽤 큰 편이었고, 야외 수영장, 놀이터, 운동장, 서바이벌 게임장 등등 다양한 휴대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Campground Map

드디어 4일간 우리가 머물 RV에 도착.

퀸사이즈 침대, 벙커침대 3개, 소파, 식탁, 부엌,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고, RV 앞에는 테이블과 그릴, 캠프파이어가 마련되어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RV를 직접 본 아이들은 움직이는 차 속에 작은 집이 들어가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신기했는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4일간 함께할 보금자리를 신나게 탐색했다.

RV (recreational vehicle)

짐을 정리한 후 곧장 서바이벌 Laser Tag 게임을 하러 갔다. 

100년 만에 해보는 서바이벌 게임…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과 함께 서바이벌 게임을 하는 시간이 오다니… 이 감정은 뭔지….급 감격스럽다. 

저녁 무렵이 되자 야외 테이블에 둘째 아들의 6번째 생일 맞이를 준비했다. 풍선으로 간단히 데코를 하고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켠 후 다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친구들 없이 숲 속에서 가족과 함께한 생일파티. 시간과 공간이 특별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날이 어둑해지자 캠프파이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도 드디어 불멍을 해보는 것인가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불을 붙여보는데…어라…불이 잘 붙지 않는다. 장작에 불을 붙이면 그냥 바로 타오르는 건 줄만 알았는데… 작은 나뭇가지에 간신히 붙은 불들은  이내 사그러지고…꺼지기를 반복.. 작정하고 불을 붙이는데도 연신 실패를 거듭하다보니 산불은 도대체 어떻게 나는 건지 의아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반복하던 중…  드디오 불이 타오른다… 어렵게 붙은 불은 거침없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뭐든지 시작이 어렵지 한번 불 붙으면 거침없다’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타오르는 불을 멍 때리고 바라보기 시작한다. 

나에게 멍 때리는 일을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8년 동안 일과 육아, 학업을 병행하며 아둥바둥 시간에 쫓기며 지내는 동안 내 머릿 속은 언제나 ’To-do list’로 꽉 차여 있었다. 요가 수업 중 주어지는 짧은 명상의 시간에도 내 뇌에 쉬는 시간을 주지 못하고 요가가 끝난 뒤 바로 처리 해야할 일들에 순위를 매기던 나였다. 

장작 위로 타오르는 불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이 없어진다.

숲 속의 고요함 속에 나즈막이 울려 퍼지는 장작의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마치 나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를 걱정하는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생각하며 다같이 ‘어머니’를 불러봅니다!!!' 학창시절 극기훈련 캠프파이어의 끝은 '촛불의식'이었다. 작은 초를 하나씩 들고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시간. 남편의 교관 코스프레 개그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했다. 

Making a Campfire 

 

캠핑 둘째 날 

둘째 날에는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캠핑 내내 날씨가 화창했으면 좋았겠지만 비 오는 날의 캠핑도 나름 운치있고 좋았다.

일기 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그림그리기 재료와 Rock painting, 슬라임 만들기, 레고 등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를 준비해 간 덕분에 아이들은 지루할 틈 없이 실내에서 재밌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Artist Joey

 

캠핑 셋째 날 

다시 햇볕이 쨍쨍. 그 전날 날씨로 인해 하루 종일 실내에 있었기 때문에 작정하고 아침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Cozy Hills Campground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있는 곳에 있는 West Hill Lake로 향했다. Main Stream 이라는 곳에서 카누를 대여했는데 이곳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면 West Hill Lake로 카누와 노를 직접 가져다 준다. West Hill Lake 는 보트를 타기에 적당한 사이즈였고 물이 정~~~말 깨끗했다. 아담하고 고요한 호수에는 이른 아침부터 동네 사람들이 나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다음에는 이 호수 바로 앞에 숙소를 잡고 하루 종일 물놀이만 해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보트를 타고 경치 구경을 하다가 물 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아이들.  너무 즐거워한다.

West Hill Lake

오후에 다시 캠핑장으로 돌아 온 후 캠핑장에서 대여해 주는 골프 카트를 빌렸다. 원래는 하루동안 빌리는 건데 캠핑장을 그냥 한번 쭉 돌아보고 싶었던 목적이라 한시간만 대여를 해 달라고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뒤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아이들을 태웠는데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탄 것 마냥 즐거워했다. 그럴만도 한 게 막상 뒤에 앉아보니 체감 속도가 꽤 있다. 

느지막한 오후가 되자 다시 캠프파이어를 준비했다. 두번째라 그런지 어느 정도 요령이 생겨 어렵지 않게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마시멜로를 구워 먹으며 다시 '불멍' 속으로......

 

캠핑 넷째 날

느지막하게 일어나 브런치를 먹고 여유로운 오전을 보내고 있는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오후부터 비가 올 거라는 걸 알았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져 일기 예보를 확인해 보았더니 폭풍 경보가 내려져 있었다. 우리가 머문 RV가 상대적으로 저지대에 있었고, 폭풍 상황 속에서 모바일 홈에 있는 게 위험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었기 때문에 하루 일찍 떠나기로 결정하고 급하게 짐을 싸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뉴욕과 뉴저지, 코네티컷 일대가 이미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오다가 이내 달리는 차가 양 옆으로 움직일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옆 나무들이 곳곳에서 쓰러져 길을 막았다. 저 큰 나무가 달리는 차 위로 쓰러졌으면 어쩌나..하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감사하게도 우리는 무사히 집에 도착했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며 졸였던 마음을 다독였다. RV에서 네 식구가 지내다 집에 돌아오니 2 bedroom인 우리 집이 왜이리 넓어보이는지… 작은 정원이 있는 하우스로 이사가고 싶었던 마음은 싹 사라지고 편히 뉘울 있는 안전한 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