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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이야기

온라인 개학... 엄마도 개학...

이미지 출처-Pixabay

2020년 여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가을 새 학기, 아이들의 정상 등교 여부였다.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교에서는 전면 비대면 수업을 원하는지,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기를 원하는지 선택권을 주었고, 난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이 직접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는 대안을 선택했다.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선생님, 친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전면 온라인 수업을 선택하는 게 맞는건가.....라는 생각으로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그 고민을 덜어주는 메일을 받았다. 

개학을 한 주 정도 앞둔 시점에서 2020-21 학년도에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하기로 결정했다는 학교의 연락이었다. 

고민은 덜었지만, 앞은 깜깜했다. 지난 봄학기의 기억이 떠오르며.....걱정과 답답한 마음이 내 안에서 소용돌이 쳤다.

2020년 6월. 봄학기 마지막 날

2020년 3월, 뉴욕에서 확진자 수가 늘기 시작하면서 뉴욕, 뉴저지 주의 락다운이 시작되었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미처 챙기지 못한 아이들의 책과 학용품 등을 가질러 간 봄학기의 마지막 날까지 아이들은 학교에 다시 갈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봄학기의 Romote Learning (원격 수업)...

그런데 이 원격 수업은 선생님과 학생이 동시에 접속해서 실제 수업처럼 진행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아니라 선생님이 올려주시는 내용을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고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즉,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둔 학부모의 경우, 누군가가 과제의 내용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고 과제를 수행하게끔 아이들 옆에서 계속 봐 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엄마가(직장맘이라면 엄마를 대신 할 누군가가) 교사의 역할을 감당해야 했다. 원격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쯤 부랴부랴 프린터기를 구입했다. 그리고 매일 그 날 필요한 핸드아웃을 출력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완성된 핸드아웃은 평가를 위해 사진을 찍어 지정된 곳에 업로드하는 일을 반복했다. 

나름 사범대 출신이고, 외국인 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던 경험 덕분에 미국 교육과정이 낯설지 않은 상황이라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미국에 온 후로 일을 놓았는데 이렇게 다시 경력을 이어가네....내가 이 시기에 이렇게 빛을 발하려고 사범대를 나왔나보다.....'라고 셀프 위안을 하며 이왕 이렇게 된거 아이들을 열심히 지도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집에서 두 아이들을 붙잡고 동시에 각자의 공부를 봐주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했고, (교실 환경에서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과 집에서 내 자식을 가르치는 것은 천차만별임을 몸소 느꼈다.)  그것에 더해, 하루 세 끼 식사 준비와 끝이 나지 않는 집안 정리로 나는 너무 빨리 지쳐 버렸다.... (누군가 계속 어지르는 상황에서 집을 정리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말 하루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끝나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생각할 틈 조차 없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의 끝에서 그 하루를 다시 돌아볼 수는 시간을 갖기에 내 정신과 몸이 너무 고되었던 같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전혀 가질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어려웠다. 이전에는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고 나면 집안일을 끝내고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하는 소소한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좋다. 하지만 뉴 노멀은 나에게 더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찌됐건 우여곡절 끝에 봄학기가 마무리되었고, 여름은 쏜쌀같이 지나 다시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새학기의 원격수업이 시작되었다. 정말 다행인 건 이번 새 학기의 원격수업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라는 것이다. 실제 교실 환경에서 학습을 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에 엄마에게 어느 정도 자유 시간을 보장한다는 것. 

 

9월 첫째 주.  아이들의 학교가 시작되고 이틀이 지났다. 두 번의 수업 후의 느낌은... 봄학기보다 훨씬 수월하다. 

인간은 적응력이 뛰어난 동물이라 지난 6개월 동안 'New Normal'에 완전 적응된 내 자신이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실시간 수업이라 엄마의 손이 훨씬 덜 갔다. 특히 3학년인 첫째 아들은 필요한 학용품만 준비해주면 그 외에 엄마를 찾는 일을 없었다. 오히려 잠깐 물건을 가질러 방에 들어가면 빨리 나가라고 눈치를 줬다. 

하지만 이제 1학년이 된 둘째 아들은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수업 시간 내내 엄마의 도움이 필요했다. 미국에 온 지 일년이 됐지만 락다운으로 인해 학교에 다닌 기간은 6개월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컴퓨터 오디오를 통해 들려오는 선생님의 말은 더욱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드디어 나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1학년 아들 수업을 함께 들으며 중간 중간 선생님이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지 어떤 활동을 해야하는지 알려줘야 했다.....

언제까지 'Virtual Class'가 계속될까?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습 환경의 플랫폼이 완전히 바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는 당연한 일상이었던 것들이 더 이상 'Normal'이 아닌 세상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있는 걸까? 교육의 미래는 온라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아이들의 사회성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키는 것도 학교 교육의 한 측면이라고 볼 때 온라인의 한계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거대한 흐름이 바뀌고 있는 이 시점에서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이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고민이 많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