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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이야기

LOG BOOK (로그북)을 쓰다.

 

코로나 로그북 (Log Book) 

 

다들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지 모르겠다. 락다운이 시작된 지 6개월이 흘렀고, 이제 '뉴 노멀'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인생은 일상의 지루한 반복으로 만들어지지만,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단조로운 일상에서 나오는 지루함을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온갖 잡다한 일들로 몸은 하루종일 바쁘고, 나의 하루는 락다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은데... 그 좁은 틈을 비집고 찾아 온 지루함때문에 하루가 더욱더 무의미하게 흘러 가는 기분이 든다.

나의 요즘 일상. 아침에 일어나 큐티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준비한다. 아이들 아침 식사를 챙겨 주고 아이와 함께 책상에 앉아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도와준다. 첫째와 둘째의 스낵 타임이 달라 그 시간에 맞춰 간식거리를 챙겨 주고, 엄마의 도움이 필요없는 틈을 타서 간단한 집안일을 한다. 오후 한 시. 모든 주요 과목 스케줄이 끝난다. 부랴부랴 점심을 준비해 점심 식사를 챙기고 식사 후에는 음악, 미술, 체육 등 스페셜 과목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각의 구글 클래스룸에 들어가 영상을 보고 과제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엄마의 관리 (감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학교 정규과정이 끝나면 저녁 준비를 하기 전까지, 방과 후 활동이 있는 요일은 아이들 라이드를 하고, 없는 날은 장을 보거나 아이들 준비물 등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간다. 저녁을 먹고 나면 아이들이 잠들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다. 유일하게 내가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이 시간.... 이 시간 동안 공부도 하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한다. 하지만 9시가 되면 어김 없이 아이들과 '베드타임 스토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를 위한 이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뭘 하든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상황이 이러다보니 지난 6개월 동안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기분이다. (물론 지난 6개월이 나에게 준 감사한 기억들과 소중한 추억들도 가득하다. 다음 글에는 이 시기가 아니었으면 알 수 없었던, 또 할 수 없었던 감사한 것들에 대해 써봐야겠다.)

어떻게 하면 반복되는 하루 하루를 조금 더 의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중 로그북(Log Book)을 써 보라는 뉴욕타임즈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로그북은 일기와 다르다. 어떤 한 사건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찾은 후, 문장 형식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전혀 특별하지 않은, 그냥 오늘 한 일들을 리스트로 적는 것이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디에 갔는지, 뭘 했는지... 아주 간단하다. 그리고 일상적이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이 특별하지 않은 리스트가 미래의 나에게는 디테일을 간직한 특별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만약 내가 로그북을 오랫동안 써 왔다면... 그래서 10년 전 오늘 내가 누구를 만나고 뭘 했는지 디테일하게 기억을 한다면... 그 때는 그저그런 일상이었지만 지금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주 다를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이 디테일하게 살아나며 과거를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2020년은 역사에 남을, 전방위적으로 아주 큰 손실과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아주 특별한 해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시공간을 함께 하고 있다. 즉, '우리'가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그러니 지금 이 시기에 내가 적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도 미래에는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의 일상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귀한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니 내 하루가 조금은 의미있게 보인다. ㅎㅎ 얼마나 오래 갈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로그북을 써 보려고 한다. 난 귀찮은 걸 싫어하니깐... 귀찮게 느껴지면 나의 행동이 오래 가지 못하므로...  더 간단하게 그림으로 로그북을 채워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