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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상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가님! _ 브런치 작가가 되다.

Image by Free-Photos from Pixabay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한 10년 정도 미뤘나 보다......) 2020년인 올해 6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였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정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은 마음에, 글로라도 잡아 볼까 하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글을 쓴다는 것이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하나의 주제, 혹은 어떤 특정한 경험에 대해 깊이 사색하고 그 생각을 잘 정리하여 온전히 글로 담아내는 일은 다이어리에 두세 줄 끼적이는 것과는 달랐다. 하지만 대단한 이슈에 대해 논하는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일상에서 마주한 작고 사소한 일들을 일기처럼 풀어내는 건데 이게 이렇게 어려울 수 있는 건지...... 흰 바탕화면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자니 좌절감이 확 덮쳐왔다.

  아...그동안 나는 '생각'이라는 걸 안 하고 살아왔나 보다....... 하지만 여기서 약간의 자기 방어를 하자면, 30대 초중반의 나의 하루는 당장 눈 앞으로 날아오는 공을 쳐내면서 걸어가는 것과 같았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는 하루에 어떤 생각도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게 시급했던 일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일상의 일들을 부담 갖지 않고 천천히 담다 보니... 여전히 헤매고 있기는 하지만, 단 한 가지 분명한 변화는 글을 쓰는 활동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나의 일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고 잘 알고 있는 나만의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정리된 긴 호흡의 길을 써 보고 싶다는 것.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에만 그치면 죽은 지식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배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도전하고 배워 왔지만 그동안 나의 배움은 앎에서 멈췄던 것 같다. 얼마 전 책꽂이에 꽂혀있던 <메모 습관의 힘>이라는 책을 다시 읽어보았다. 책의 저자는 공유를 통해 개인적인 경험의 가치를 확장시키라고 말한다. 개인적인 경험의 가치는 한정적이라 그것으로 인해 혜택을 받는 사람은 당사자 또는 주변의 극소수의 사람이지만 경험을 공개하면 혜택을 받는 사람의 범위에 제한이 없어져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공유를 통해 가치를 만드는 , 그것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래서 전문적인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브런치'의 문을 두드려 보기로 했다. 이제 막 시작한 티스토리에 올린 글도 몇 개 없는데 또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만 벌이는 건지 싶기도 하고, 글을 쓰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취미로 하는 글쓰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일단 도전해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 즉,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은 작가 신청을 해야 하고 작가로 선정이 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다.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려면 먼저 작가 소개와 내가 앞으로 브런치에 쓰고 싶은 글의 주제에 대해 간략히 적고, 작가의 서랍에 저장해 놓은 글 중 세 개를 첨부해야 한다. 그리고 출간한 책이나 글을 쓰고 있는 다른 SNS가 있다면 링크를 공유한 후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르면 된다. 

  작가 소개.....흠.... 나를 소개하는 일은 왜 어려울까.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는데 나도 나를 모르는 나여서 그런가 보다.....  작가 소개 및 향후 브런치에 담고 싶은 글의 주제를 적었다. 그리고 나의 경우 작가의 서랍에 저장된 글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와 관련하여 세 개의 글을 써 내려갔다. 출간 책과 티스토리 블로그 주소 링크를 공유하고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브런치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브런치에서 받은 이메일 일부 화면

 

 

안녕하세요, 작가님!

  작가님.....'작가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아직 한 편의 글도 올리지 않았는데.... 사실 나는 책을 출간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책은 오롯이 지식만을 담아낸 실용서였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브런치 작가 신청이 거절되었으면 글쓰기에 소질이 없다며 나를 엄청 자책했을 텐데, 그 순간을 모면하게 해 주어 정말 감사했다. 하지만 그런 기쁜 마음도 잠시 내가 꾸준히 글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며, 그동안 중간에 손을 놓아버려 완성하지 못한 일들을 떠올렸다.  SOMEDAY PROJECT 리스트만 늘어나는 건 아닐까?... 고민하며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작가 신청을 위해 썼던 첫 글을 발행했다.

  그리고 다음 날 누군가 나의 글을 읽었고 그 글에 라이킷으로 반응해 주었다. 사실 첫 글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좋아했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혹은 필요에 닿았다는 느낌이... 좋았다..........이래서 사람들이 글을 쓰나 보다. 언젠가 나의 인생 경험과 내공이 쌓으면.. 그때는 정말 누군가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위로해 주는 그런 글을 써 보고 싶다...


  이 순간 브런치 작가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작은 팁을 드리자면.....  본인이 쓰고 싶은 글의 주제와 방향이 확실하고 샘플 글에서 그것들이 잘 보여지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나의 경우 아이들의 영어 독서 지도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부터 실제 미국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리터러시 활동들을 쓰고자 했고, 샘플 글은 브런치를 시작하면 처음으로 올리고 싶은 내용으로 작성하였다. 이렇게 하니 작가 선정이 된 이후 이미 써 놓았던 샘플 글을 차례대로 발행해 시작하기가 수월했다.

  글을 읽다 보면 그 글에 어느 정도의 정성이 들어갔는지 느껴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성이 많이 들어간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같다.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면 좋은 결과도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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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ie의 브런치

강사 | 영어 공부하는 한국어 교사. 미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추억하고자 글을 씁니다. 나의 글이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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