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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이야기

영어 공부를 위한 미드 고르는 세 가지 기준

Image by Wokandapix from Pixabay 

영어 공부는 끝이 없다. 언어를 배우는 일이란....자연스럽게 습득되지 않고서야 끊임없는 학습의 연속이다. 

영어를 학습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 '미드'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잘 알려진 방법이다. 나 역시 영어 공부용 미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로 영어 공부를 했고, 꽤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주위에서 영어 학습법에 대한 조언을 구해 올 때면 어김없이 미드로 공부할 것을 추천하였다. 

하지만 무작정 아무 미드나 선택하여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효과적인 영어 학습을 원한다면 전략적으로 미드를 선택하여야 한다.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미드를 고를 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세 가지를 정리해 보았다. 

 

1. 일상적인 장면이 풍부한 미드

프렌즈(Friends)

영어로 미드를 공부하겠다면 아주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미드를 고를 것을 추천하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호흡이 짧은 대화들이 많은평범한 내용의 미드가 좋다. 우리가 친구, 동료, 지인, 가족들과 하는 일상적인 대화를 생각해보라. 거의 대부분 짧고 간결한 대화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의 대부분은 일상적인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미드로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은 스피킹과 리스닝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범죄 스릴러나 판타지 혹은 법정 드라마, 의학 드라마와 같은 미드를 선택하면 영어 고수가 아닌 이상 영어가 안 들릴 확률이 높다. 복잡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수록 대사가 길고 어렵다. 게다가 특정 직군에서 쓰이는 전문 용어들이 많이 나와서 청취를 더 어렵게 만든다. 일상 대화도 알아듣기 힘든 상황에 어려운 의학 용어를 남발하는 전문의의 말과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변호사의 말이 얼마나 길고 어려울지 상상해보라. 그리고 이런 발화들은 내 직업과 일치하는 않는 한 살면서 한번도 내뱉을 일이 없을 것이다. 한국어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가 학습용으로 적합한 한국 드라마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데 <킹덤>을 권하는 이가 있을까.

<프렌즈>가 영어 공부할 때 많이 쓰이는 이유도 일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섯 명의 친한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데 그 내용이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이어서 그 안에 등장하는 영화 대화들은 나의 실제 상황 속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2. 내 실제 상황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미드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

내가 일상 속에서 특히 자주 만나는 장면들이 풍부한 미드를 고르는 것이 좋다. 즉, 나와 연관성이 높은 미드를 선택하면 내가 말하고 싶은 영어를 그 미드 속에서 자주 만날 확률이 아주 높다. 예를 들면, 내가 대학생일 때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연애 등을 다룬 내용의 미드를 주로 봤고, 결혼 후에는 부부나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육아, 직장맘 등 나의 실제 상황이나 고민 등과 겹치는 부분이 등장하는 미드를 선택하였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 상황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상황이 비슷한 내용의 미드를 보면 더 쉽게 공감이 되고 그 속에 등장하는 대화를 외워서 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구체적으로 내가 즐겨 봤던 영어 학습용 미드는 프렌즈(Friends), 가십걸(Gossip Girl) , 더 힐즈(The Hills),  섹스앤더시티(Sex and the City),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 워킹맘 다이어리(Workin' Moms),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 버진 리버(Virgin River) 등이다. 

 

3.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취향 저격 미드 

원 데이 앳 어 타임 (One Day at a Time)

영어 학습의 핵심은 '반복'이다. 미드로 영어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똑같은 미드를 수십 번, 혹은 수백 번 반복하여 볼 각오를 해야한다. 하지만 보고 또 보고 싶을 정도로 내가 너무 좋아한다면 반복이 쉽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취향이 있으니 내 취향에 맞는, 나를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는, 그 미드를 선택하기를 바란다.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면 일단 사람들이 학습용으로 많이 보는 미드를 몇 편 본 후 제일 끌리는 것을 고르면 될 것이다.

요즘 내가 특히 좋아하고 즐겨보는 영어 학습용 미드는 쿠바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미국 시트콤 '원 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 줄여서 '원앳탐'이다.  원앳탐은 다른 일반 시트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 가벼워 보이지만 가볍지 않다. 싱글맘, 이민, 인종차별, 성차별,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성 정체성, 알코올 중독 등 현실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코믹하게 풀어내지만 감동과 여운을 충분히 남긴다. 'One Day at a Time' 이라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원앳탐 가족 구성원들은 현실 사회의 문제들을 생생하게 겪으며 하루 하루를 살아낸다. 퇴역 군인 싱글맘 페넬로페는 간호사로 일하며 가족을 홀로 부양한다. 그녀의 어머니 리디아는 카스트로 공산정권을 피해 어렸을 때 쿠바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이민 1세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녀의 딸 엘레나는 페미니스트, 퀴어를 대변하는 인물이고, 아들 알렉스는 피부 색 때문에 인종 차별을 겪는다. 캐니다인 건물주 슈나이더는 알코올 중독자였으며 엄마가 네 번이나 바뀌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갖고 있고, 페렐로페가 일하는 병원의 의사 레슬리는 전처와 딸과의 관계가 소원하다.

원앳탐을 보면서 또 한가지 좋았던 점은 그 전에는 전혀 몰랐던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쿠바 사람들은 흥이 많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 가족 구성원이 아닌 사람에게 아이들을 절대 맡기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오래 전, 쿠바에 카스트로 공산정권이 세워졌을 때 쿠바 부모가 자신의 아이들이 공산주의를 피해 미국에서 새 삶을 살도록 '오페라시옹 페드로 판'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 아이들만 미국에 보냈다는 것. 물론 이들의 상당수는 나중에 재회를 했다고 하지만, 극중 리디아는 나이 제한때문에 함께 미국 땅을 밟지 못한 언니를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아직 원앳탐을 만나보지 못했다면, 그리고 무엇을 볼까 고민하는 시간이 정작 보는 시간보다 많다면, 한번 시즌1을 시청해보기 바란다.